[KOR] "미개척 Treg세포치료제, 종합예술로 완성"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 선 한국인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 땅을 벗어나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K-제약바이오의 든든한 자산이다.



김용찬 박사 (테라이뮨 CEO)

Treg세포치료제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하는 테라이뮨 김용찬 대표는 앞으로 10년, 면역세포치료제의 상용화 생태계 준비에 회사의 기술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오지랖을 즐겨서가 아니라 면역세포치료제가 환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은 대량생산 등 상용화 생태계 조성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두고 '종합예술'이라고 했다. 면역세포치료제 중에서도 미개척 영역인 자가면역 분야에서, 김 대표는 기술적 난관과 시장개척의 어려움에 도전 중이다.




안녕하세요? 김용찬 대표님. 글로벌 한국인 기획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서 인터뷰했던 NCATS(미국 NIH 산하기관) 진학송 박사님이 대표님을 추천하셨어요.

"진 박사님은 2018년 가을쯤 NIH(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진행하는 Regulatory training class에서 처음 만났어요. 테라이뮨을 공동 창업한 박지훈 박사(COO)와 함께 참석했는데, 우리 회사의 첫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인 혈우병 특이적 TCR-Treg 치료제를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는데 필요한 regulatory를 공부할 목적이었어요. 이 클래스를 진 박사님도 같이 수강 하셨는데, 우리 파이프라인의 생산공정 계획과 고려해야할 점 등등을 틈틈이 가이드해 주셨어요. 박사님의 풍부한 개발 경험이 테라이뮨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지요."



창업 동지이면서 까마득한 대학 후배인 박지훈 박사가 먼저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를 했는데, 읽어 보셨지요?

"물론 읽어봤습니다."



학번 차이 때문에 친밀하게 이야기 나눈 사이는 아니었지만 연구실에만 계셨던 무서운 선배로 대표님을 회상했어요. (웃음) 물론 NIH에서 다시 만난 대표님의 달변 덕분에 면역세포치료제 세계에 매료됐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박지훈 박사는 NIH에 있을 때부터 다방면에서 활동했던 준비된 예비창업가였어요. 여러 번 만나 공동창업을 설득했고 다행히 함께 할 수 있게 됐지요. 테라이뮨의 든든한 COO입니다. 저를 무서운 선배라고 한 것만 빼고요. (웃음) 사실 저는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약력을 보면 사실 산업계 보다 학계와 더 가까운 걸로 보여요. 테라이뮨 창업을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맞아요. 저는 창업 전까지 산업계에 종사해본 적이 없어요. NIH에서 포닥(postdoc)을 하고 미국 국방의학원(USU)에서 연구교수로 있었는데 주로 기초과학 분야에서 일했어요. 그 때 DNA 조각을 이용한 면연조절 T세포(Treg) in vitro 증식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혈우병 치료제 내성을 억제하는 Treg세포치료제로 학술개발에 성공했어요. 문제는 학술개발 이후의 방향성에 대해 NIH나 USU 주관책임자(PI)의 생각과 제 생각이 조금 달랐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요. 저는 개발기술을 임상에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들은 후속 학술연구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학술개발과 임상개발에 집중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조금 더 설명해주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학술개발은 아이디어 스케치, 임상개발은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어요. 의약품 개발은 학술연구에서 시작하지만 모든 결과물들이 임상개발로 넘어가거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에요. 지난한 후속연구가 수반되어야 해요. 생쥐실험에서 생체효능이 확인됐다고 인간에서도 같은 효능이 나타난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아요."



임상개발에 직접 뛰어들겠다 결심을 하고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 거네요.

"그래요. 그 때부터 여기저기 알아봤지요. USU에서 임상 프로그램 개발을 모색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직접 해보자 결심했어요. 당시 미국 정부의 SBIR(소규모 혁신사업 과제) 공모에 참여했는데, 운 좋게 선정됐고 이 자금을 종자돈으로 2017년 테라이뮨을 설립했어요."

테라이뮨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스타트업이고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Gaithersburg, MD)에 있어요. 면역의 조절 및 억제를 담당하는 면역세포인 면역조절T세포(Treg)를 이용해 자가면역질환 및 면역내성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혈우병과 다발성경화증을 적응증으로 한 2건의 Treg세포치료제가 테라이뮨의 핵심 파이프라인입니다. 현재 전임상 개발 단계에 있어요."



1차적인 목표는 임상단계 진입으로 잡아야 할텐데, 그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할 수 있을까요?

"혈우병은 2021년, 다발성경화증은 2022년 임상에 진입시켜 Treg세포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CAR-T세포치료제 등을 통해 이미 면역세포치료제의 임상적 효능은 입증됐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임상 진입을 통해 Treg세포치료제를 환자 맞춤형으로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환자 맞춤형은 효과 측면에서 장점이기도 하지만, 상용화의 관점에서 보면 넘어야할 허들이 될 수도 있어요. 대량생산 이슈가 세포치료제의 약점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개발 중인 Treg세포치료제가 저렴한 가격에 환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상용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해요. 면역세포치료제는 개발기술 뿐만 아니라 수용체를 전달하는 렌티 바이러스 생산, 환자 맞춤형 대량생산 시설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야 성공하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세포대량생산 등 제반 산업의 동반 성장이 필수적인데, 우리의 집적된 기술력이 이들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10년, 면역세포치료제의 상용화 생태계를 준비하는데 테라이뮨이 앞장 설 계획입니다."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면역세포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였나요?

"대학 3학년 1학기 전공과목으로 면역학을 처음 접했어요. 충남대 생화학과에 입학했는데 2학년까지 주로 당구장과 주점에 있었어요. 등록금만 까먹는 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1년만 해보고 안 맞으면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전공공부를 시작했거든요. 면역학 교과서를 원서로 읽는데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사전을 끼고 거의 매일 밤을 새웠어요. 김영상 교수님께 찾아가 이것 저것 여쭤봤던 기억도 나네요. 테라이뮨 창업의 원동력은 이때 만들어진 것 같아요."



밤을 새워가며 면역학 원서를 읽을 정도로 재미를 느꼈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나요?

"딱 꼬집긴 어려운데…소설책 읽는 것 처럼 술술 넘어갔어요. 면역사회의 룰로 거의 모든 질병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특히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요즘 말로 하면 스토리 텔링 방식의 지식전달이었거든요. 그 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인간' 선진국이 어떻게 '질병'이란 방식으로 고장나고 망가지는지 배웠어요. 김영상 교수님의 재미있는 명강의가 촉매가 되기도 했고요."



문득 면역사회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면역사회에서 검열하기 어려운 바이러스로 예전부터 유명했었죠. 그래서 검열 자체가 안되니 면역 기억이 생성되지 않고요. 그래서 백신 만들기가 참 힘든 바이러스입니다."


학창시절 면역학이 인연이 되어 미국에서 창업까지 하셨어요. 바이오 스타트업 경영자의 관점에서 느끼는 미국과 한국의 환경적 차이가 있을까요?

"개발과 투자의 관점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을 보는 시각이 참 많이 달라요. 미국은 제약바이오 창업에 대한 초기투자 결정이 매우 엄격합니다. 개발 아이템이 Unmet needs(미충족 수요)를 가졌는지, 수 년내 현실적으로 Exit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해요. M&A나 IPO 경험이 있는 투자기관이 창업 주체가 되고 연구자는 공동창업 멤버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개발된 파이프라인을 구매할 수요자와 함께 창업 전부터 사업계획을 디자인할 정도에요."



미국의 제약바이오 창업 환경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란 평가인 것 같아요. 연구자가 관심있는 아이템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아이템이 중요하다 이런 말씀이죠?

"예, 맞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기술의 희소성, 독창성, 혁신성에 관심이 많아요. 다소 추상적인 가치에 기반을 두고 투자결정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정부 주도의 미래성장 전략인 기술특례 상장과 같은 제도가 있고 이를 통해 Exit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과 미국,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한국의 독특한 투자방식은 기술적 혁신성을 가진 창업자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자본 응집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장점이에요. 반면 시장성이나 성장 가능성이 과대 평가된다는 점에서 기술수출이나 M&A에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미국은 그 반대 측면이 강하고요."



옵티팜이나 SCM생명과학 등 한국의 바이오텍들과도 협업을 하시죠?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십니까?

"옵티팜과는 이종장기 면역억제요법을 세포치료제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어요. SCM생명과학과는 자가면역질환 맞춤형 줄기세포/Treg세포의 복합치료 요법 개발을 협력하고 있고요. 두 회사와 협업을 통해 우리는 장기이식 대기환자 및 난치성 자가면역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요."



미국 생활이 10여년 되셨어요.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은 있나요?

"워싱턴 근교인 락빌에 정착한지 꼭 14년째입니다. 아내와 대학진학을준비 중인 딸아이가 있어요. 이곳이 저에게 제2의 고향인 셈인데, 그래도 한국은 늘 그리워요. 친가와 처가 부모님 모두 한국에 계시니 자식 노릇 해야한다는 부담도 있고요. 최근에는 테라이뮨 지사를 한국에 설립했는데 2~3년 열심히 키워볼 생각입니다. 우리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을 한국에서 진행할 계획도 세웠고요. 한국은 제 인생의 종착지입니다."


미국에서 NIH와 USU를 거쳐 바이오텍까지 창업하셨어요. 제약바이오 생태계에서 특히 기억에 남고 감사한 분들이 있다면 이 기회에 마음을 표현해보시면 어떨까요?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셨어요. 그 중에서도 네오이뮨텍의 이병하 박사님과 JHK바이오아르키텍트의 권재현 대표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포닥 시절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이 박사님은 제가 개발한 특허기술들을 NIH와 USU로부터 이전 받아 창업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 주셨어요. 창업 초기 펀딩 기획과 실무에 대해서는 2019년 한국 방문 때 만난 권 대표님으로부터 대부분 배웠지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멘토링이었습니다."



이제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를 마쳐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 소감이나 히트뉴스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한국의 제약바이오 관계자분들을 만나뵙게 되어 저로서는 너무 뜻 깊습니다. 테라이뮨이 개발중인 Treg세포치료제는 면역세포치료제 분야에서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대단한 새로운 영역입니다. 그러나 미개척 분야인 만큼 기술적 난관과 시장개척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어요. 저희들 도전에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히트뉴스 독자분들의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원문: "미개척 Treg세포치료제, 종합예술로 완성"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